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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경향신문 64주년 창간특집]국민 ‘경제 눈높이’ 끌어올린 ‘건강한 시장’ 파수꾼
작성자 사** 등록일 2010.10.06 (00:00:00) 조회수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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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64주년 창간특집]국민 ‘경제 눈높이’ 끌어올린 ‘건강한 시장’ 파수꾼
김희연 기자 egghee@kyunghyang.com

보험 불공정약관·기업 지배구조 등 끊임없는 문제 제기… 소송도 불사
ㆍ전문성 무장 시민단체 활동 돋보여

기업지배구조 개선, 소액주주운동, 소비자 보호,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조….

지금은 일반화된 이런 용어가 우리 사회에서 시민권을 얻을 수 있었던 데는 1990년대 후반부터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에 버금갈 정도로 경제권력들과의 치열한 싸움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온 경제 관련 시민단체들이 있다. 96년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로 시작해 성장해온 경제개혁연대를 비롯해 소비자시민모임, 보험소비자연맹, 기업책임시민센터 등이 주역들이다. 이들은 일반인이 감당하기 힘든 복잡한 경제문제에 전문성을 발휘해 ‘시민권력’의 모델을 만들어왔다.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재벌문제 등 각종 현안에 대한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통해 국민경제를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해왔다.

특히 경제개혁연대는 재벌과 대기업, 정책당국들에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며 우리 사회에 ‘바람직한 경제발전은 어떤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져왔다. 때론 소송까지 불사하며 성장지상주의에 경도된 경제권력들을 질타해왔다. 96년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소액주주운동을 들고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기업 지배구조’란 용어는 경제 전문가들에게도 낯선 것이었다. 경제개혁연대는 한화, 현대자동차, 신세계, 대상, LGCI, (주)대우, 제일은행 등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면서 경제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눈높이를 조금씩 끌어올렸다. 증권집단소송법 입법운동을 비롯해 상법·공정거래법 개정 등에도 기여했다. 지금은 대기업집단이 총수일가가 운영하는 자회사에 물량을 몰아주는 ‘회사기회의 유용금지’를 근절하기 위한 상법 개정안을 발의해놓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15년간의 성과에 대해 일반인들이 금융·재벌·기업 개혁이 궁극적으로는 ‘내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믿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KDI국제정책대학원 유종일 교수는 “경제개혁연대는 우리 사회가 온통 재계 중심의 한쪽 목소리에 편향돼 있을 때 객관적인 자료와 증거를 앞세워 시장경제의 건전성을 지키기 위한 파수꾼 노릇을 끈질기게 해왔다”고 말했다.

기업지배구조뿐 아니라 포괄적인 사회적 책임을 묻는 단체도 생겨났다. 2007년 정식 발족한 기업책임시민센터는 기업의 공익성과 사회적 성과 등이 우리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지수로 산출해 투자기관이나 소비자들을 위한 참고자료로 제시한다. 기업책임시민센터가 만든 한국CSR평가는 지난해부터 국내 115개 기업을 분석해 관계기관 등에 제공하고 있다. 한국CSR평가 박주원 상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지구환경, 인권, 지역 사회 등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사회적 관심이 줄어들긴 했지만 앞으로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민 파워가 유감없이 발휘된 대표적인 예는 5만명의 후원회원을 거느린 소비자시민모임이다. 식품안전 등 생활에 밀착된 문제들에 대해 기업과 정부를 감시해왔다. 모유먹이기운동, 환자의 권리선언, 백화점 사기 바겐세일 민·형사고발, 쇳가루가 검출된 수입분유 ‘엔파밀 리필’ 소송 승소 등 전력이 화려하다.

경제전문 분야에 소비자가 뛰어든 또 다른 예는 보험소비자연맹이다. 6만4000명의 온라인 회원 가운데 50~60%가 낸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보험사의 사업비를 분석해 부당하게 책정된 보험상품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는가 하면 불공정한 약관 등 금융당국이 지적하지 못한 사안들의 개정을 이끌었다. 현재 삼성생명 배당금 청구소송을 진행 중이다. 보험소비자연맹 조연행 사무국장은 “금융분야는 내용이 어려울 뿐 아니라 정보의 비대칭으로 시민 활동이 까다롭긴 하지만 전문가와 개별 소비자의 협력으로 성과를 이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2001년 연맹 출범 후 2년간은 상근자들이 운영비 마련을 위해 밤에 포장마차를 해야 할 만큼 재정적으로 어려웠고 보험사들의 협박과 회유도 심했다”고 회고했다.

경제관련 시민단체들의 활동은 최근 시련기에 접어들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비해 기업편향적인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기업과 당국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사법부의 보수화 성향이 강해지면서 공익성 주주권 행사 등이 모두 기각됐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15일 서울행정법원에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정보공개거부 취소소송을 냈다. 지난 6월8일 삼성생명의 ‘삼성경제연구소 국책연구 용역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 금감원에 정보공개 청구를 했지만 비공개 처분을 받았다.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한성대 교수)은 “보수정권을 맞아 상황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일희일비하지 말고 꾸준하게 초심을 잃지 않고 활동을 지속해 나간다면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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