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사 말
최근 對日 민간청구권 소멸에 대한 과거 외교문서 공개로 국가배상 책임문제를 비롯해 많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까지도 일본은 조선에 상당한 자금을 투여했기 때문에 수탈보다는 한국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논리로 자신의 식민지 지배 합리화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해방 전까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자금을 유출하거나 고갈시키는 등 온갖 수탈을 자행해왔습니다. 따라서 과거 일제의 한반도 수탈의 실상을 제대로 밝히는 것이야말로 무엇보다도 중요한 선결과제입니다.
일제가 식민지 지배를 통해 유출 또는 고갈시켰던 자금의 전체 규모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1954년 외무부에서 펴낸 <대일배상요구조서>를 보면, 일본으로부터 받아내야 할 일제하의 자금의 유출액은 무려 174여 억엔 수준으로 실제 자금유출액은 이보다 훨씬 크다고 합니다.
이 중 재정확충과 전쟁비용 마련을 위해 우리 국민들에게 반강제적으로 가입시킨 민간보험 계약건수는 해방당시 전 인구의 47%에 해당하는 1,223만여명으로, 보유계약 60억원에 적립금은 5억8,500만원으로 이를 현재화폐가치로 환산하면 58조원에 이릅니다.
특히 보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조선총독부 간이보험의 경우 1965년 한일협정의 '청구권포기대상 8개항'에는 포함돼 있으나 1975년 대일민간 청구권 보상금 신고대상에서는 제외시켜 형식적인 보상조차도 없었던 사실이 새로이 밝혀졌습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개인의사와 무관하게 사적재산권을 포기시킨 책임을 지고 적극적인 해결책 모색에 앞장서야 하며, 일본 정부도 국제적 보상의 선례가 있는 만큼 분명한 사과와 함께 응분의 책임을 지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8.15 광복 60주년을 맞이하여 과거 청산 문제가 큰 화두로 대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를 청산한다는 발상은 매우 정태적인 역사해석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그것은 일제시대와 그 이후 한국 현대사를 단선론적으로만 파악하는 태도입니다.
물론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과거의 잔재는 청산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과거 그 자체는 청산될 수 없습니다. 과거는 끊임없이 현재와 상호교호하는 대상이란 점에서 역사적이고 반성적인 자세에서 한일 양국 모두 과거 극복의 개념으로서 받아들여져야 합니다.
이는 과거가 단순히 청산되어야만 할 대상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의 부단한 대면을 통해 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가능성으로 인식하는 태도를 말합니다. 역사적 사실을 회피하지 않고 그 사실 그대로 대면하는 태도가 과거의 비판적 규명작업으로 우리가 견지해야하는 참다운 모습일 것입니다.
아무튼 오늘 일제시대 보험피해 관련 공청회에 참석하신 여러 전문가들의 진지한 의견 개진과 토론을 통해 구체적인 문제해결책과 향후 바람직한 활동방안이 도출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05.6.22
국회의원 나경원